"사장님 가불 좀…" 알바생 한마디에 핀테크 창업 뛰어든 8·15콜라 기획자

입력 2023-06-13 18:21   수정 2023-06-21 16:32

“사장님 이번 달 월급 좀 가불해주시면 안 될까요?”

마스터카드 선불 부문 지사장을 맡고 있던 김휘준 페이워치 대표(55)는 6년 전 취미 삼아 서울 한남동에 작은 와인바를 운영했다. 와인바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은 주로 20대였는데 월급을 주기 전 찾아와 가불을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13일 서울 이태원동 페이워치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지정된 월급날 전에 일한 만큼 가불을 안 해줄 이유가 없었다”며 “제도권에서 급전을 빌리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급여 선지급 서비스가 대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이워치는 급여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나 리볼빙(이월 결제) 같은 고금리 대출과 달리 무이자로 최대 200만원까지 선지급이 가능하다. 기업은 페이워치에 근로자 급여 전액을 입금하면 된다. 페이워치는 급여일 당일 선지급한 금액과 건당 700원 수준인 수수료를 제외하고 급여를 근로자에게 준다. 김 대표는 “소득이 적은 금융 취약층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급전을 쓸 수 있다”며 “기업으로서는 이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베이커리 브랜드를 운영하는 A사는 페이워치를 도입한 뒤 이직률이 100%에서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CGV, 투썸플레이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은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페이워치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다.

HSBC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은행에 몸을 담아 온 김 대표지만, 사실 그는 금융보다 상품·브랜드 기획에 전문성이 있었다. 이제는 국내 프리미엄 신용카드의 필수 서비스가 된 ‘호텔 발레 파킹’은 김 대표가 씨티은행에 있을 때 한국에서 처음으로 기획한 서비스다. 영국 유니레버가 저가 비누 브랜드인 도브(DOVE)를 고가 제품인 샴푸로 확장한 것도 유니레버코리아 시니어 브랜드 매니저였던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한국에서는 ‘전설’로 남은 범양식품의 8·15 콜라도 김 대표의 작품이다.

페이워치는 현재까지 미국 벤처캐피털인 서드프라임, 하나벤처스, 미국 밴더빌트대와 일리노이대 기금재단 등으로부터 900만달러 규모의 프리A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페이워치 사업의 가능성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과 함께 동남아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남아에 금융 취약층이 많은 데다 35세 이하 청년층 비중이 높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선 2020년 유엔 자본개발기금(UNCDF)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동 주최한 긱경제 핀테크 챌린지 대회와 현지 은행인 홍릉은행 주최 핀테크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태국 1위 그룹인 CP그룹의 마트 로터스가 페이워치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아시아 전체로 사업을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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